종부세 올리면 월세·전세가 뛴다? 세입자 지갑을 노리는 숨은 구조
안병훈 기자
집주인이 내는 세금이 오르면 세입자는 안전할까요. 많은 분이 “집 있는 사람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국회 재경위 보고서가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세금 부담이 임차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짚은 겁니다. 월세와 전세를 사는 사람이라면 남의 일처럼 읽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무엇이 문제로 지적됐나
보고서가 우려한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다주택자 세율이 오르면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을 임대료 인상 형태로 세입자에게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6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의 세율이 1.3%까지 오르면 수도권에서 임대 주택의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셋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하면 거래가 위축되고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주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기본공제를 차등하는 방안도 수도권에 거주하려는 유인을 키워 쏠림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집주인의 선택지, 그 끝은 세입자
집주인 입장에서 세금이 오르면 선택지는 대략 셋입니다. 세금만큼 월세나 전세금을 올리거나, 직접 들어가 살거나, 집을 파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세입자 부담이 늘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임대로 나오는 집이 줄어듭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전월세 시장의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르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미 강북도 월세 300만 원 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압력이 더해지면 서민의 주거비는 더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집값 흐름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 집값은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고,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에만 2조 6천억 원 늘었습니다.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동안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고, 빚도 다시 불어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세금까지 임대료로 전가된다면 세입자는 월세, 이자, 생활비라는 삼중 부담을 안게 됩니다.
세입자가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 대비
첫째, 계약 만기 시점을 확인하고 갱신 여부와 조건을 미리 따져 보세요. 갑작스러운 인상 요구에 대응하려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둘째,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등 기본 권리 보호 장치를 점검하세요. 셋째,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 두세요. 넷째, 집주인과 소통 기록을 남기세요. 말로만 오간 이야기는 분쟁이 생겼을 때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판단은 변호사나 관련 기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정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세금의 목표는 투기를 막고 형평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그 취지에 공감하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책 효과가 의도와 달리 세입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목표와 어긋납니다. 이번 보고서가 던진 질문은 단순합니다. 세금은 누가 내고, 실제로는 누가 부담하는가입니다. 정책을 설계하는 쪽에서 이 질문에 답을 준비해 두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검토 단계의 우려이며 최종 제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도 들어 봐야 합니다
공정하게 보려면 집주인의 사정도 들어야 합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집주인은 이자와 세금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고, 임대 수익이 생각만큼 남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시각이 있고, 반대로 투기 수요를 막으려면 세금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서 결국 어느 한쪽의 부담이 다른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설계하는 정교함이 관건입니다.
월세 사는 가장이 할 수 있는 계산
지금 사는 집의 월세와 관리비, 대출 이자를 합친 주거비가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한 번 계산해 보세요. 이 비중이 30%를 넘는다면 임대료가 조금만 올라도 생활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갱신 시점에 임대료 인상 요구가 오면 주변 시세를 확인하고 협상 근거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사를 고려한다면 이사 비용과 중개 수수료까지 포함해 비교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자의 생각
저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아닌 가장의 마음으로 이 뉴스를 읽었습니다. 월세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사람은 세금 이야기를 들어도 숫자 그 이상을 느낍니다. 세금은 위에서 정해지지만 부담은 아래로 흐르는 일이 많았다는 걸 우리는 여러 번 겪었습니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정책이 사람의 방 한 칸을 흔들지 않도록, 세입자가 마지막 안전망이 아니라 첫 번째로 보호받는 사람이 되도록 신중하게 가길 바랍니다. 집은 자산이기 전에 누군가의 하루가 놓이는 자리입니다.